2021 CRITIC

ARCHIVING/Critics

Critic. 문희영

‘삶에 대한 균형과 조화’를 가장 큰 물음으로 삼았다. 자연의 순환, 꿈과 현실, 생명의 이치 등 삶과 생(生)의 전반을 아우르는 큰 사유로부터 강미미 작가의 작품은 출발했다. 

작가는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살피는 관찰자가 되어 삶의 외면과 내면을 교차하며 그 경계의 이미지들을 포획한다. <굴레–A cage>, <자유>,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지속해 온 작업들은 작가의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 또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 사이를 탐색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 주요 작품인 ‘굴레’ 시리즈에서는 새장, 인물 등 외부 환경에 대항하는 스스로의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그려냈다. 불평등, 계층, 권력 등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의해 규정된 현실을 사회적 굴레로 규정하고 이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나갔다. 이후 ‘자유’ 시리즈 작품은 여행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굴레’로 상징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자유’로 이어진 것이다. 비눗방울로 아이들과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독특한 패션의 파리지앵 등 낯선 이국의 이미지는 작가에게 자유로 비춰 지면서도 또 그 이면 사회의 현실도 함께 느끼게 했다. 오색찬란한 비눗방울의 이면 돈을 벌기 위해 인상을 쓰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강하게 작가의 뇌리에 각인되어 자유의 이면 또 다른 현실을 체감하게 했다. 낯선 땅에서 더욱 강하게 느꼈을 순간의 경험과 각인된 이미지는 강미미 작가의 그림이 되었다. 굴레와 자유 시리즈 작품은 이렇듯 작가 스스로 갈망하는 자유와 그 이면의 억압이 투영된 작품들이다. 이후 작품들은 <기묘한 이야기>로 명명된 시리즈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자신의 꿈으로부터 비롯된 그림들이다. 어린 시절 꿈인지 현실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기도 또 극명하게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려갔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니 작품은 자연스럽게 추상적 표현이 두드러졌다. 색채가 두드러지거나 인물의 실루엣만 그려지는 등 기억의 단상은 모호하면서도 모호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품게 되었다. 

강미미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는 삶의 균형과 조화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유의 이미지들을 총합 시켜간다. 작품의 출발점은 그림을 위한 특정한 소재가 아닌 사유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 스스로 체화된 사유가 그림에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사유에서 나아가 거시적 사유가 필요한 지점이랄 수 있다. ‘삶에 대한 균형과 조화’라는 작품의 궁극적 사유로 나아가는데, 아직 한두 개의 면을 들춰내 보여주고 있다. 거시적인 주제로 출발하여 그 세분화된 주제연구가 필요하다. 경험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있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작업에 더 몰입해 갈 수 있는 물리적 시간 또한 강미미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일상 속 내재된 순간들에서 작가는 수많은 감정과 감각을 포획한다. 사진으로 또 그림으로 남겨진 이미지들은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기도 묵혀내기도 한다. 생생한 감정이 더욱 직접적으로 그림에 투여되는 것은 작업에 몰입하는 물리적 시간이다. 많은 작가들이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 중에 더 많은 것들을 체득해 간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 사유를 이미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작품과 자아의 교감인것이다. 머리와 손과 마음의 협업이 잘 이루어졌을 때 그림은 생생하게 작가의 마음을 드러낸다. 교감의 시간 작가에게는 사유의 확장과 매체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업의 시간은 바로 작가의 생각과 이미지가 생생하게 날뛰는 시간인 것이다. 강미미 작가의 자의식 속 무수한 영감들이 작품으로 형상화 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작품 주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원적 연구와 함께 작품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작가에게 내재된 무수한 사유의 출발점들이 더 많은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