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개인전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

EXHIBITIONS

2025 개인전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

2025. 11. 20. Tue - 12. 19. Fri
주안미술관

주안미술관은 오는 2025년 11월 20일(목)부터 12월 19일(금)까지 강미미 작가의 개인전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자연다운 인간’과 ‘인간 닮은 자연’이라는 작가의 탐구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가는 농사와 작물, 동물과 식물, 뿌리와 허물을 관찰하며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뿌리로 삼아 왔다. 

그 감각은 이번 전시에서 ‘파괴 · 소멸 · 사라짐 · 지워짐’이라는 서사적 조형언어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시선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의 흔적을 재고하고, 비가 내리는 순간이 남기는 감각과 잔여를 마주하게 된다. 주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생명과 존재의 무게, 그리고 그 주변의 작은 존재들이 지닌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불안과 자책에서 출발한 ‘밭’의 서사적 전개
강미미 작가는 “농사를 지으며 작물을 대하는 삶 속에서 자연다움을 찾고, 자연다움에서 인간다움을 다시 꺼내 본다”고 말한다. 밭은 그녀에게 단순히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마주하며 생존과 판단이 교차하는 실험실이었다. 잡초를 뽑고, 목화가 죽어버린 경험, 호미로 뿌리를 제거했던 순간이 작가에게는 죄책의 자국이었고 이 자국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관람객은 이 소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남긴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이 남긴 시간적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 구조는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관람자의 기억·경험을 직접 불러일으키는 텍스트적 경험으로 기능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조용한 증거들
강미미는 잡초, 매미의 허물, 나무 아래 흩어진 꽃잎, 발밑에 놓인 거미줄 등 인간이 흔히 ‘쓸모없다’고 판단해온 존재들에 주목해 왔다. 그녀의 작업은 이들 존재가 사라지기 전까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담담히 드러낸다. 그 존재들은 ‘없어졌다’고 여겨질지언정, 그 자리에 있었던 ‘감각’과 ‘기억’은 사라지지도, 무가치해지지도 않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존재들이 가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환기하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얼마나 많은 생명의 층위를 놓쳤는가를 묻는다. 우리는 그 사라져 가는 흔적을 통해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은 눈에 보이는 형태에만 있지 않다”는 본질적 선언을 마주하게 된다.

파괴의 잔해가 빚어내는 시각적 언어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도구—호미와 낫—가 남긴 자국을 회화·판화·오브제로 환원하며, 그것이 단순히 흔적이 아니라 조형적 언어임을 보여준다. 농업적 맥락에서 뿌리를 제거하고 식물을 관리했던 행위들은, 사실상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남긴 결과이자 윤리적 선택이었다. 관람객은 작품 속에서 이러한 흔적들이 단순한 표면이 아니라 ‘감정과 행위가 인화된 결과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흔적의 형태가 어떻게 시간 속에서 흔적을 넘어 언어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천천히 흐르는 장면들을 따라 걷는 전시 동선
《오늘, 기쁘게도 비가 내린다》전은 단순한 작품 배치가 아닌, 하나의 서사가 이어지는 동선으로 구성되었다. 비가 오기 전의 정적 상태부터, 도구의 흔적이 드러나는 중간 단계, 마지막으로 소리와 형상이 옅어지며 남는 침묵과 여백까지 이어진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흐름을 직접 체험하며 ‘사라진 흔적’과 ‘남아 있는 감각’이 결합한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 작가는 여백을 활용하여 관람자가 자신의 속도로 걸으며 감정과 경험을 치환할 수 있게 설계하였으며, 이 동선 체험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반추하는 기회로 기능한다.

예술이 남기는 질문, 사라진 흔적을 다시 읽는 시간
주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식 방식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전시는 특정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관람객의 개별 경험과 감정을 존중하는 여유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결국 “자연을 대하는 태도”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지나쳤으며, 무엇을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왔는가? 이번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자기 존재를 조용히 마주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주안미술관 | 송진주 학예사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