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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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Running>, 2025
〈달리기, 2025〉는 먹이를 향해 나아가는 달팽이의 옆모습을 목판화로 표현한 작업이다. 느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달팽이는 화면에서 목적을 향해 가속되는 상태로 제시된다. 몸의 뒤쪽에 위치한 등껍질은 무게의 지연을 암시하고, 앞쪽으로 뻗어 나가는 몸의 결은 상대적인 속도를 드러낸다. 이 작업은 한 몸 안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속도를 통해, 타자의 시간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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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주의-Beware of Mushrooms>, 2025
〈버섯 주의, 2025〉는 증식하는 생명성을 경고의 형식으로 제시한 목판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상태의 세 버섯은 성장의 리듬을 드러내고, 삼각형의 경고 테두리는 그 통제 불가능한 힘을 암시한다. 반복되는 목판의 찍힘은 확산의 운동을 시각화하며, 생명의 팽창이 지닌 긴장을 하나의 기호로 압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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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과 날숨-Inhale and Exhale>, 2025
〈들숨과 날숨, 2025〉은 직삼각형의 모서리 위에 몸을 완전히 껍질 속으로 웅크린 달팽이를 배치한 목판화 작업이다. 긴 변과 짧은 변이 만들어내는 각도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듯한 긴장을 형성하고, 화면은 그 불안정한 균형의 순간을 붙잡는다. 들숨과 날숨이 서로 다른 길이를 지니듯, 이 작업은 떨어질 듯 머무는 시간과 버티는 몸의 상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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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Rainwater>, 2025
〈빗물, 2025〉은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다시 순환하는 물의 움직임을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형식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아래로 향하는 힘과 퍼져나가는 확장은 서로 다른 방향의 삼각 구조로 제시되며, 물의 순환은 기하학적 질서 속에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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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기의 보리-Two Barley Stalks>, 2025
두 줄기 보리 이삭의 까락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 오르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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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콩깍지-Four pods>, 2025
콩깍지에서 터져 나온 콩알이 흩어지듯 퍼지는 형상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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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풀-Long grass>, 2025
가늘고 길게 뻗어 나가는 선들은 풀의 끈질긴 생장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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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여섯 알-Six Potatoes>, 2025
땅속에서 자라나는 감자 알맹이의 형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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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외침-Silent Outcry>, 2024
〈고요한 외침〉은 창밖의 빈 의자와 창 안에 놓인 화분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긴장 속에서, 말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유리창 너머 어둠 속에서 자라는 식물은 바깥을 향해 조용히 몸을 기울인다. 마치 더 넓은 빛과 바람, 살아 있는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다고 외치는 듯하다. 창은 안과 밖을 나누는 투명한 경계이자, 생명의 확장을 가로막는 조용한 벽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이 정지된 풍경을 통해 침묵 속에서도 강하게 전해지는 생명의 본능과 존재의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이것은 식물로 대변되는 '생명'의 의인화가 아니다. 의자 위에 머물다 갈 밖의 존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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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둥지 새-Roots, Nests, Birds>, 2023
나무의 뿌리를 모아 만든 새이자 둥지이다. 땅 속 깊이 숨겨져 있던 뿌리를 밖으로 꺼내 보인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끝없이 모으다 보면, 결국 그 이유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날개를 잃은 새, 땅 위로 드러난 뿌리로 욕망 속에 사라진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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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Go with someone>, 2023
같은 길 위에서 마주하는 너와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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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Independence>, 2023
달이 지듯, 서서히 어긋나는 관계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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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시선-Attention of the snail>, 2023
달팽이는 무엇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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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다-Face to face>, 2022
〈마주보다, 2022〉는 노란 플라스틱 의자 위에 놓인 베고니아 화분을 같은 높이의 의자에서 마주보며 그린 작업이다. 그리는 대상을 객체로 고정하기보다 하나의 주체적 존재로 인식하고, 식물과 인간이 동일한 시선의 평면 위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여기서 그리기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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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여름-The summer of the market>, 2021
여름날 시장에서 마주한 털복숭아와 호랑이콩을 연두색 플라스틱 의자와 함께 그렸다. 먹을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은 자연을 담아내는 것과 같다. 햇살을 머금은 과일과 곡식은 그 자체로 자연의 일부이다. 내가 섭취한 것들은 나의 몸이 되고, 내가 바라본 것들은 나의 마음이 된다. 그렇게 자연은 내 안에서 또 다른 풍경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