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RITIC

ARCHIVING/Critics

Critic. 김 민 지

혹자는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먼저 찾으라 말한다. 강미미 작가는 무의식 속 나타나는 비현실적 이미지와 바깥 현실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찾고자 했다. 그 일련의 과정은 작가의 작업이 어디로부터 시작해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굴레-A cage> 시리즈
초기 대표작업인 <굴레-A cage> 시리즈 속 인물은 평온한 분위기의 자연 속에 홀로 새장에 갇혀 있다. 새장만 없었더라면 마치 태초의 인간과 같이 자연에 파묻혀 뛰 놀 것만 같은 나체상태는 죄수복을 입고 빽빽한 감옥에 갇혀있는 광경이 이보다 더 자유로워 보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이질감을 준다. 프레임 속 유일한 인공적 물체인 새장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결핍과 억압을 의미한다는 것이 작가의 말인데, 단촐한 구성임에도 작은 문 하나 달려있지 않은 형태가 유독 견고해 보인다. 스스로의 힘으로 깨고 나와야하는 그 새장 안에 갇혀 수동적인 태도로 우는 듯, 웃는 듯 보이는 인물의 주변을 어린 사슴, 새들은 그저 지켜보고 있다. 밖으로 나오려는 의지가 없는 인간의 모습은 어쩌면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것에 익숙한 인간의 습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에서는 속도감 있게 날아가는 독수리의 발톱에 매달린 새장 속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작품보다 더욱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보다도 거대한 몸집의 독수리는 사회에 산재한 국가, 계층, 권력, 불평등 따위의 보이지 않는 힘과 그 안에서 생존이 걸린 위태로움을 떠안고 있는 소시민적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다소 희망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시리즈물이나 턱없이 좁은 철장 속 한 마리 새가 아닌 사람이 생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에, 결국은 그곳으로부터 탈피해 나오는 서사에 대한 기대감이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일 수 있겠다.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삶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생태와 더불어 사회구조 속 거대한 권력과 개인의 관계 등 거시적 시점과 개별적 삶에 대한 미시적 시점이 교차하며 각자가 가진 굴레를 상기시킨다.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이후 강미미는 이상적인 것들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여행길에 마주친 유럽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사람들, 옷을 입는 취향부터 노년의 취미생활 등 소소한 것들부터 한국과는 또 다른 이국의 풍경에 대한 생소함과 동경심이 느껴진다. 작가의 시선을 끌었던 또 하나의 장면은 비눗방울을 파는 길거리 상인의 모습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광경 이면에 행인에게 사진을 찍게 두고는 돈을 지불하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비눗방울 장수 할아버지와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공존하던 장면. 그곳 역시 자본주의 사회임이 다름없기에 익숙했을 법도 하며 비눗방울과 아이의 모습의 자아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대조되어 더욱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타산적 행위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공존해야만 하는 일부이며 반면에 모든 것들을 무색하도록 만드는 아이의 순수함이 함께하듯 균형과 조화를 통한 중심점 잡기에 집중하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작가의 작품은 어렸을 적 꿈에서 보았음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비현실적 장면들을 <기묘한 이야기>라는 주제의 시리즈물로 담고 있다. 자기 내적인 것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초기의 작업에서 주변 혹은 더 멀리에 존재하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거친 이면들을 거쳐 다시 자기 성찰적 작업으로 돌아간다. 잠재되어 있던 기억 속 이미지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이 던지는 메시지들을 수집한다. 이는 내밀한 곳에서 자신을 탐구하고 본인의 고유한 색을 찾고자 함이다. 

작가는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으나 그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가진 고유성을 작업 안에서 잘 드러내는 것이 대중적인 작업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자극의 울림을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